BLANK  - 2001년 1월호 주전공 인터뷰기사 
 


 차마 밝히기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주성치는 기자의 첫사랑이다.(데스크를 통과 못할 발언일지다)
 처음 <도성>에서 그를 보았을 때만 해도 어눌한 말투와 장난기 섞인 무표정은 유덕화의 말간
 콧망울이나 장국영의 동그라한 이마에는 견줄 것이 못된다 생각했었다.하지만 <신정무문>을 보고
 난 후엔 그 마음을 돌리고 말았다.코믹한 액션과 재치 있는 웃음,그리고 그 뒤에 묻어 나는 한 가닥
 진지함이란 유덕화의 콧망울도 장국영의 이마도 백기를 들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한동안은 그의
 영화라면 세 번 보는 걸 원칙으로 하면서 혼자 키득대며 비디오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그것도 <도학위룡3>를 보기 전까지 이야기다.인내심을 가지고 보았어야 했는데, 차마
 버티지 못하고 보다 꺼버린 것이다.터미네이터와 원초적 본능이 뒤섞인(나중에 가서야 그게
 패러디란 걸 알았다) 요상한 짬뽕 영화라니, 그 이후 기자는 주성치 영화를 외면했었다.첫사랑에
 대한 배려랄까.그에게 더 이상 실망하지 않음으로써 못 다한 사랑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는...그
 런데 이게 웬일인가.주성치를 희극지신(喜劇之神)으로 모시는 사람들이 있다니.열 일을 제쳐두고
 가볼 일이다.그를, 그의 황당함을, 그의 가벼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니. 한 수 배우러
 기자는 달려간다. 다시 사랑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한줄기 희망을 안은 채.

 하이텔 모임에서 출발한 주성치 전영공작실은 4대 통신망과 인터넷을 통틀어 처음으로 만들어진
 주성치 관련모임이다.99년8월에 주성치 전영공작실의 인터넷 버전(www.sungchi.net)이 네티즌
 사이에서 활발한 교류의 역할을 함으로써 뼈대있는 모임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주성치 전영공작실은
 스타로서의 주성치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주성치 영화를 좋아한다는데 뜻을 같이 한다.정기 모임을
 따로 갖지 않고 상영회를 가진 후 뒤풀이에서 영화의 여운을 공유하며 친목을 다진다.MT를 가더라도
 여느 모임과는 다르게 술은 뒤로 하고(그냥 목만 축였다고 한다) 주성치 영화만 실컷 보고 왔다고 하니
 가히 주성치 영화광들이라 할 만하다.

 이날의 모임은 연말이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시삽의 즉흥적인 제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71명의 회원중 2%의 출석률을 기록한 조촐한 모임이었지만 시삽 이성찬 씨와 성치넷의 운영자,
 참여도가 높은 액기스 회원 박소현, 강재석 씨가 일당 백의 역할을 하며 주성치 영화를 이야기 했다.
 


 기자 : 좋아하는 주성치 영화를 한 가지씩 말씀해 주시겠어요?

 박소현 : 전 주성치 영화는 다 좋아해요.꼭 집어서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도학위룡>을 좋아해여.

 이성찬 : 단연 <파괴지왕>이죠. 평범한 사람이 단시간 내에 강해져서 영웅이
            되는게 대부분의 이야기 구조예요.알고 보니 소질이 있던 아이었네
            그런 식이죠.하지만 <파괴지왕>은 그런 일반적인 논리를 뒤집어
            버려요.정당한 방법으로 이기는 게 아니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꽁수로 상대와 격투를 끌고 나가요.

 김철영 : 전 <식신>이라고 말하고 싶어요.<식신>은 드라마성이 강하고 시나리오가 치밀해요.
           세련된 영화죠.<서유기>는 두 편이 따로 나와 있는데, <서유기 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을  연이어 볼수 있는 건 천운에 가깝죠.거의가 <서유기> 두편을
           동시에 본 것을 제일로 꼽아요.<식신>과 <파괴지왕>이 그 다음 순위를 다투죠.
           그래서 저희들끼리 식신파와 파괴지왕파를 나누기도 해요.(식신파와 파괴지왕파의
           우열을 가리는 토론을 성치넷에서 벌여볼 생각을 하는 김철영)

 강재석 : 전 파괴지왕파예요.그 영화를 보고 나서 주성치의 매력을 알게 되었죠.그의 매력이
            잘 녹아있어요.스무 번인가 보았어요.장면 하나 대사 하나마다 매력이 있죠.볼
            때마다 새로운 맛이 있어요.

 김철영 : 참고로 <파괴지왕>과 <식신>은 주성치 원래 목소리예요.대부분 대만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더빙되어 들어오거든요.광동어 특유의 저음은 영화의 묘미를
            한껏 살리죠.박소현씨는 무슨 파죠?

 박소현 : 전 식신파예요.

 기자   : 2대2! 우열을 가리기 힘드네요.주성치 영화만이 갖는 독특한 재미라면 어떤거죠?
            왜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하고도 같아요.

 이성찬 : 음... 어렵네요. 우선 주성치는 친근해요.생김새도 그렇고 정서도 비슷하죠.
            기존의 작품을 패러디하거나 제헤석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데 그게 재미죠.

 김철영 : 심지어 몇 년 지난 자신의 영화까지 패러디해요.아주 징그러운 놈이죠.

 이성찬 : 우선은 많이 봐야 해요.어설프게 봐서는 그냥 '별 희한한 놈 다 봤네'란
            말밖에 안 나오죠.

 김철영 :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디오를 엄청 많이 본 사람들이예요.
            보다보다 볼 게 없어 주성치 영화를 보는거죠.그러다 자신의 취향에 맞다는
            걸 알게되는 경우가 많아요.그래서 주성치 영접하는 시기가 대부분 백수일 때죠.
            주성치는 영화를 한 지 20년도 안 됐는데도 50편이 넘게 영화를 찍었어요.아무리
            엄선을 한다해도 베스트 10을 꼽기 힘들어요.그만큼 모든 작품들이 나름의 가치를 가지니까요.

 기자 : 비디오 대여점에 가면 그의 영화를 찾기 어렵진 않나요?

 박소현 : 없는 경우가 많아요.다른 동네에 가서 빌려 볼 때도 있어요.

 이성찬 : 3년 전엔가 청계천에 가면 주성치 비디오 하나에 5백원,1천원했었어요.
            1만원이면은 한아름이었죠.주성치 영화팬들은 웬만하면 비디오는 소장하고 있죠.

 김철영 : 몇 번씩 빌리러 가느니, 차라리 사두고 보는게 나아요.전 시리즈물 15편 빼고
            나머지 54편 소장하고 있어요.요즘엔 주성치를 코너를 따로 마련해 놓은 곳도 있어요.
            최근 엽기, 엽기 그러잖아요.그거하고 맞물려 최근 뜨고 있는 추세예요.너무 난무하다보니
            그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진정한 엽기는 주성치죠.<파괴지왕>의 재킷은
            그야말로 엽기적  이랍니다.

 이성찬 :  엽기와 매니아는 반발심이 생길 정도로 과용된다고 봐요.우리의 모임도
             단지 영화를 보고,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느낌을 공유하는 것뿐이죠.
             간혹 파고드는 사람이 있지만 우리는 그저 영화를 즐기는 사람일뿐이예요.
             매니아 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강재석 : 혼자 주성치 영화 좋아하다 모임을 발견하면 기뻐하는 거죠.
            '나만 외로운게 아니었어'그러면서요.영화를 보면서 같은 부분에서 낄낄댈 수
            있는 즐거움은 큰 거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당장이라도 달려가 주성치영화를 보고 싶었다.
 얼른 가서 <파괴지왕>과 <식신>을 섭렵하여 그 양 파 중 하나에 끼여 열띤 토론을 벌여보고 싶기도
 했고, 옛날에 보다 실패했던 <도학위룡3>을 다시 보며 배꼽을 잡아 보고도 싶었다.신림동의 유명한
 순대 볶음 집에서 식사를 하면서도 영화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그들의 대화에 끼지 못하는
 소외감을 순대로 위로하며 첫사랑의 미련을 달래고 있던 기자에게 반가운 소리 하나.
 2001년 1월 6일에 있을 <희극지왕> 상영회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앞으로는 상영회를 정기적으로
 가질 계획이라 이야기 하며, 이번에는 대학로에 있는 '하이텔 ON & OFF'에서 5시부터 상영하기로
 되어 있다고 했다.주성치 영화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볼 수 있다며 무료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1월 6일, 어쩌면 그날은 기자가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설레인다.마음 속에 기대가 쌓여간다.이제 흥분을 가라 않져 조용히
 다짐해 본다.이제 다시는 그를 놓치는 실수 따윈 범하지 않으리라.

 취재/ 김희경 사진 / 하경준 자료제공 /
www.sungchi.net
 
BLANK(블랭크) 2001년 1월호 75~77페이지

 위 인터뷰는 2000년 12월 17일 일요일날 서울 신림역 근처의 한커피숍과 순대볶음집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잡지 돈 주고 사서 뜯어다가 스캔해서 자료실에 올리고 그 잡지보고 일일이 타이핑 해서 기사 올린이 : 김철영 ^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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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그림을 누르시면은 새로운 창이 하나 뜨면서 큰 스캔파일이 나타납니다.
그림이 크다보니 시간이 좀 걸리는군요. ^^

 


 인터넷 주성치 전영공작실 http://sungchi.net ## 성치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