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플러스(WP) 2000년 8월호

인터뷰하신 김경숙기자님과 사진 이쁘게 찍어주신 이전호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주성치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논리를 파괴하는 난센스와 엉성한 영화미학이 만들어내는 일탈의 즐거움.그리고
삶의 서글픔과 쓸씀함이 손톱만큼 묻어 있다.그가 웃으면 관객도 웃고, 그가 울어도 관객은 웃는다.모든 것을
패러디하고, 모든 것을 자기 식대로 바꿔놓는 남자, 그 자체로 그는 독자적인 문화가 되었다.

“웬 주성치? 무슨 이슈가 있는 거야? 이슈도 없이 현지 인터뷰할   만큼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사실 한국에서 주성치를 좋아한다는 건 장국영이나 양조위, 금성무를 좋아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대한민국에서 평균 20세 이상 성인남녀의 감각을 공유한다고 믿는 자들은 주성치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이나
비디오 가게를 드나드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주성치 영화를 사심 없이 좋아하는
팬의 한 사람으로서 주성치 영화를 보면 고상하지 않다는 그러한 묘한 편견에 도전하고 싶었다. 1990년
<도성>으로 스타덤에 오른 주성치는 이후 10년간 홍콩 영화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홍콩 영화계에서 주성치는 지난 10년 동안의 박스 오피스 역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영화시장의
침체조차 그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게다가 그가 출연한 영화는 감독이 달라도 모두 주성치답다는
점에서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지난 7월 5일. 한국에서 그 동안 ‘무시’당하며 버텨온
주성치 마니아들의 대표로서 그에 대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오해와 편견에 도전해보겠다는 다소 비장한 마음으로
홍콩에 도착했다. 촬영팀이 공항에 도착한 건 거의 2시쯤. 할 수 없이 호텔에 짐을 푸는 여유를 부려보기도
전에 화장실 한번 다녀오지 못하고 허겁지겁 주성치가 기다리고 있다는 샹그릴라 호텔로 이동했다. 그러나
언제 웃음을 터뜨리게 할지 좀처럼 감 잡기 어려운 그의 영화가 그렇듯 다음 순간 바로 큭큭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푸른색 셔츠와 회색 정장 바지 아래 보이는 ‘나이키 에어 맥스’ 운동화 때문이었다.
정장 바지에 구두라는 전통적 코디네이션 공식 따위 알게 뭐냐는 식으로 무시할 수 있는 그 자유분방한 정신,
게다가 별 5개짜리 샹그릴라 호텔은 운동화나 슬리퍼 차림으로는 출입할 수 없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의 매니저는
한술 더 떠 그가 오늘 ‘츄리닝’바지를 입고 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츄리닝’ 바지에 운동화
차림의 그는 언제나 이 호텔을 제 집 드나들듯 휘젓고 다닌다고 한다. 그는 과연 어떤 남자일까?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저 남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한국에 엄청난 마니아들이
있다는 사실과 갖은 사탕발림 같은 감언이설을 동원하여 2시간짜리 인터뷰를 장장 4시간 짜리로 늘려버렸다.

WP : 당신이 주연하고 각본과 연출까지 맡았던 ‘불후의 명작’ <식신>의  할리우드 버전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사실 이 소식은 홍콩의  비액션 장르에 대한 사상 최초의 대형 프로젝트로서, 상당히 고무적인  
        뉴스거리였다) 결국 감독까지 하게 되는 것인가?

주성치(이하 주): 폭스사와 미국판 <식신>을 만드는 것에 서명했다.  나는 각본뿐만 아니라 감독까지 하고 주연은
                     짐 케리가  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아직 결정난 건 없다.

WP: 전영공작실이라는 한국의 주성치 팬클럽에 대해서 들어 봤는가?

주: 아∼(놀라며) 모른다, 한국에 내 팬이 있나? 있다고 하자.
     (한참 있다가)정말이냐? 없을 텐데…(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다).

WP: 예술영화도 보나?

주: 물론 본다. 특히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갑자기 기자를 향해)   당신도 왕가위 영화를 좋아하나?
     ( 왕가위 영화보다 주성치 영화를 더  좋아한다고 하자) … 고맙다.

WP: 당신은 시나리오에 충실한 편인가? 애드리브을 많이 넣는 편인가?

주: 촬영중에 시나리오를 고치기도 하고 애드리브도 넣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솔직히 즉흥적인 아이디어나
    연기보다는  배경, 연기, 전체적인 진행에서 하나하나 사전에 준비하고 치밀하게 조율된 상태를  선호한다.
    나의 즉흥적인 연기를  운운하는 건 날 몰라서 하는 얘기다.

WP: 영화를 찍으면서 관객이 웃을 거라고 생각했던 부분과 극장에서 관객이  실제로 웃는 부분이 일치하는가?

주: 신기하게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때 웃겠지 하는데 웃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웃는 경우가 많다. (영화를
    그만큼 많이  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지 않나?) 못한다. 관객의 반응을 예상하는 건 정말 어렵다.

WP: 당신 영화는 일반적인 비평의 경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영화다.  당신 영화에 대한 비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주: 내가 원하는 건 관객이 와서 신나게 즐겨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사실 내 영화는 형편없고 수준 이하의
    영화라 비평할 게 없다
.

WP: 당신의 마스크와 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 꽤 쓸 만한 얼굴이다(웃음).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사실 난 애정 영화를 찍어야 할
    사람이다. 그런데  비현실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잘생긴 남자들만  애정 영화를 찍고 나  자신은 어느 날 보니
    이렇게 돼 있더라.  그리고 난 진짜 액션 영화도  찍고 싶다. 유심히 봤으면 알겠지만 내 영화 속에 많진 않으나  
    꼭 액션이 들어간다.

WP: 많은 사람이 당신의 실제 무술 실력을 궁금해 하는데….

주: 이소룡만큼 잘하진 못한다. (진짜 배우긴 한 건가?) 물론.  얼마나 길게 했냐면… 무려 두 달이나.

WP: 왜 늘 운동화를 신나?

주: 난 운동을 아주 좋아한다. 저녁에 운동을 하는데 신발을 두 개 가지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런다.
    (주로 무슨 운동을 하나?)  달리기를 한다.  (어디에서?) 길거리에서. (많은 사람이 알아볼 텐데?) 형편없는
    인간이라  사람들은 관심도 안 가진다(웃음).

WP: 당신이 아무리 자신을 깎아내려도 한국의 주성치 마니아들은 당신을  신(God)으로 여기고 있다.
      왜 그렇게 좋아할까?

주: 쉽고 재미있으니까? …  한번은 내 영화에 아주 복잡하고 많은 것들이  들어서 좋다는 얘기를 북경대학교
     학생들이  편지를  통해서 했는데,  사실 그것도 난 모르겠다. 내 영화가 정말 그런지(웃음)…. 사람마다  
     보는 각도도 다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부로 의도한 건 아니다.

WP: 지금 준비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는?

주: 아까도 얘기했지만 축구영화를 준비중이다. 소림사의 무술승들이 속세로    내려와 축구를 한다는 얘기다.
    단  시대는  현대이고 무술을 이용한   축구로 우승을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 우승은 아니고 아마 2탄이
    나오면  월드컵 우승이 될지도(웃음)…. 9월에 크랭크인한다. 가능하면 한국  연기자도 같이 참가해서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

WP: 홍콩 스타들은 모두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데 당신은 왜 노래를 하지  않나? 혹시 못하는 것인가?

주: 노래 잘한다. 하지만 나의 마지막 히든 카드라 아껴두고 있는 거다 
     (농담을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진짜 주성치 같았다).

WP: 그리고 또 뭘 잘하나?

주: 요리! 내가 식신(食神) 아닌가?

WP: 태권도도 배웠나? (이 질문은 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중 엘리베이터 안에서 했다)

주: 너무 배우고 싶다. TV에서 봤는데 정말 굉장하더라. 그 파괴력(갑자기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던 뚱뚱한
     노랑 머리 남자를  주먹으로 내려치는  모션을 취하며)에 놀라 자빠질 뻔했다.

WP: 자신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와 캐릭터는?

주: 여러 영화를 좋아한다. 특히 <도학위룡> <식신> <희극지왕>을 좋아한다.   영화마다 찍을 때 아주 힘들고
    고생한  기억이  있어 거의 모든 영화에   애정이 있다. 그리고 모든 영화 속에 나의 모습이 조금씩 들어가 있다.

WP: 앞으로 대사를 줄이고 액션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자신이 가장 잘하는  걸 버린다는 게 두렵지는 않나?

주: 대화를 줄이고 다른 걸로 채우면(멋진 화면이나 액션 음악 등) 더 나을  수도 있다. 대화가 없는 건 아니고
    있는데  줄일  뿐이고 다른 것을 더  첨가하니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WP: 당신은 이소룡 팬클럽의 명예 주석으로 알려져 있다. 추진하고 있는   이소룡 기념관 건립은 어떻게 됐는가?

주: 정부에서 아직 허가하지 않고 있지만 계속 추진할 생각이다. 홍콩을  전세계에 알린 게 누군데 그가 영화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기념관조차  못 짓게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그런 엄숙주의는 정말 웃긴다.

WP: 이제부터 좀더 개인적인 질문을 하겠다. 사랑해본 적이 있나?   프로포즈해 본 적은?

주: 결혼에 대해선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사랑 고백 정도는 해봤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청혼해본 적은 없다.

WP: 외롭진 않나?

주: 외롭긴 외롭다. 그런데 난 원래부터 외로웠다.

WP: 한국 팬들은 당신이 너무 진지해지지 않았으면 하는데….

주: 영화마다 스토리가 다르지 않은가? 영화마다 다른 모습을 보일 뿐이지  변하는 건 아니다. <희극지왕>의
    캐릭터는  아주 지겹도록 할 일 없는  사람이다. 사실 예전에 내 모습과 좀 비슷한데…. 다음 영화에선 또  
    아주 과장되고 활발한 날  보게 될 것이다.

WP: 우린 슬프고 우울할 때 주성치 영화를 보는데 당신은 무엇으로 위로 받는가?

주: 나는 다른 사람의 영화를 본다. 바로 다음 번 내 우울증을 치료해줄  영화로 <반칙왕>을 골랐다.

WP: 당신이 생산해내는 그 웃음의 원천은 어디인가?

주: 사실 내 주위에 정말 재미있는 친구들이 많다. 영화보다 현실에서 더   재미있고 기막힌 일이 많이 생긴다.
     인생 자체가  더 영화 같다. 나는  일상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포착해낸다.  

WP: 제일 싫어하는 게 지각이라고 하던데….

주: 항상 늦는 건 바로 나다. 약속대로, 계획대로만 살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난 지각이 좋다.

WP: 시계가 하나도 없다고 하던데, 시간을 거부하고 싶은 것인가?

주 : 오버하지 말아라. 그냥 시계를 안 찰 뿐이다. 시계를 차면 갑갑하다.  집에 벽시계도 있고, 손목시계도 있고,
      알람 시계도 있다
.

WP: 홍콩 언론은 당신이 마치 플레이보이인 것처럼 보도하던데?

주: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나도 그저 평범한 남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WP: 어두운 걸 몹시 무서워한다던데.

주: 정말 그렇다. 난 밤에 불도 안 끄고 잔다. 사실은 밤이 무서운 게 아니라   밤에 나타나는 귀신이 무서운 거다.
     (그래서 <홍콩 마스크>에서 귀신  잡는 퇴마사로 나왔나?) 그리고 바퀴벌레도 무섭다. 보기만 해도 으∼.

WP: 정말 많은 돈을 벌었다는데 돈 쓰는 데 어떤 원칙 같은 게 있는지?

주: 벌긴 벌었는데 그리 많이 번 건 아니다. 그저 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  살리고 있을 뿐이다. 난 내 가족을
     위해 돈 쓰는  걸 아끼지 않는다.

WP: 얼마 전 87억짜리 집을 구입했다고 들었는데.

주: 액수는 언론에서 하는 말이고 집을 사긴 샀다. 지금 그 집에서 부모님과   가족들이 살고 있다. 가족들이 최대한
     편하게  살길 바랄 뿐이다. 나?  난 10년 동안 똑같은 집에서 혼자 살고 있다.

WP: 다음 중 좋아하는 여성 스타일을 골라 달라. 1번 막문위, 2번 서기, 3번  장백지, 4번 장만옥.

주: 네 명 다 아니다(웃음). 아니 네 명 다다. 농담이다(웃음). 사실  난 활달하고 낙관적인 여자가 좋다.
    그러나 너무  과격한  여잔 싫다.

WP: 그런 여자가 나타나면 결혼할 것인가?

주: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결혼이란 원래 어느 날 갑자기 하는 거다.

우플 8월호 인터뷰 기사에 올라가지 못했던 인터뷰 내용(김경숙 기자님 제공..)

WP : 한국에서 정식으로 팬클럽을 유치할 생각은 없는지?

주성치 : 사실 나는 한국에 팬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가능하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WP :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영화가 있는데, 하나는 주성치가 나오는 영화고, 다른 하나는

주성치가 나오지 않는 영화라는….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주성치 : 홍콩에서는 그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 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맞는 말이다 (웃으며 약간 농담조로).

WP : 아이를 싫어한다고 하던데, 아이는 안 낳을 생각인가?

주성치 : 누가 그런 유언비어를. 나도 아이를 원한다. 그런데 딸을 더 좋아한다.

김경숙 기자님 인터뷰

우먼플러스(http://www.womemplus.com) 잡지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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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위에 연결이 안된다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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